
지난 한달동안 나는 처음으로 이주동안 밤도 새워보고 야간 작업 + 주말 알바 + 서울런 멘토링을 연속으로 하는 미친 스케줄도 소화해봤다 생산직은 단순 업무라고들 하지만 한달째 되는 지금도 일이 많아 다 배우질 못했다 다만 비운의 재능을 발견했다 바로 현미경 ㅠㅠ 처음 들어갈 때부터 가장 하기 싫었던게 이거다 반도체 공정에서 현미경은 마무리 단계에서 불량을 검수하는 아주 중요한 업무이다 물론 부담감도 싫지만 현미경을 야간 작업 내내 여덟시간 들여다본 나로써는 현미경 멀미가 지긋지긋하다 나는 여자지만 섬세하지도 차분하지도 않다 신입 두명 중에 한명을 도금 한명을 현미경 검사를 시키기로 한 것 같은데 남자가 힘을 잘쓰니까 도금을 여자가 섬세하니까 현미경 검사를 각각 정해준 것 같다
일만 힘든건 아니다 이 친구는 세달을, 나는 한달을 다녔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된 공정 교육 하나 못받고 양산에 투입되어 일을 모르면 억울하게 혼나고 있다 다만 나는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잘 웃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였는지 회사에서 나름대로 ‘일 잘하고 귀여운 아기’ 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남자애는 정반대의 프레임이 씌워졌다 나는 한달동안 이 아이의 그늘에서 늘 칭찬받고 예쁨 받았다 이 아이가 힘들어 하는걸 알면서도 한편으론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나의 실력이 탄로나고 저만큼 혼나겠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늘 그만두지 말라고 이기적인 욕심으로 부탁했다
하지만 오늘 이 아이는 회의실로 끌려가 면담한 뒤 퇴사를 결정하였다 현미경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서웠다 이제는 내차롄가라는 마음에... 하지만 퇴근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아이가 마음에 쓰였다 미래에대한 두려움보다 함께 있을때 더 잘해주고 응원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크게 들었다 이 친구가 퇴사를 미뤄 준 이유는 늘 나였다 나한테 화살이 돌아갈까봐 걱정된다고 ...한달동안 같이 출퇴근하며 나에게 전해진 그 따뜻한 마음을 나는 이제서야 실감하며 감사해한다 늘 정의로운 척 살아가지만 날 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비겁한 것 같다 언제쯤 어른이 될까


이제 지옥의 한 달 시작이다. 이 악물고 공정 외워야 내가 살아간다 내가 이 아이의 몫까지 잘 챙겨서 버텨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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