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말에 서류를 넣어서 면접을 보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올해 5월까지 약 1년간 주말 공휴일 마다 외제차 전시장에서 리셉션 알바를 했다
면접은 해당 지점 지점장님과 팀장님 두분이 보셨고 나의 회사 경력 (보험회사 서류정리 알바2개월, 등등)때문인지 학과(반도체)때문인지 초반부터 분위기가 순조롭게 흘러갔던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내가 왜 뽑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시장 리셉션은 보통 외모가 준수하거나 서비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하기 때문이다. 안뽑힐거라고 생각하고 추리닝 바지를 입고 갔는데 당일 바로 합격을 시켜주신 지점장님 덕분에 황송하기 그지 없었다.
면접 때 말씀하셨다시피 주말 리셉션은 할 일이 딱히 없다. 더군다나 내가 근무했던 지점은 리셉션 한명으로 충분한 곳이었기에 일의 양을 가늠할 수 있다.
리셉션이 하는 일
- 내방객 응대:당직 근무하는 팀마다 순번이 있고 인사 멘트와 함께 사원을 연결시켜주는 일이다.
- 티서비스:커피, 차, 주스 등 상담할 때 눈치껏 손님들께 여쭤봐서 음료를 제공하는 일이다.
- 쓰레기통 비우기:당직 팀 테이블마다 쓰레기통이 있어 비우면 된다.
- 원부 조회:사실상 사무보조는 이거 하나였다. 원하시는 차량번호를 조회해서 뽑아드리면 된다
나는 주로 출근하면 쓰레기통을 비우고, 커피머신 청소를 한 뒤 앉아서 유튜브만 주구장창 본 것 같다. 회사바이회사인 것 같은데 내가 근무했던 곳은 애초에 영업사원분들이 나에게 지시하지 않는 이상 지정된 데스크에서 자유롭게 과제나 공부 등을 하라고 하셨다. 운이 좋았다. 공부를 안하면 안한다고 혼도 났다 ㅎㅎ
장점
- 식비가 안들어간다:당직 팀이 사주셔서 돈을 아낄 수 있다
- 몸이 편하다:점바점이겠지만 일이 많은 지점은 아녔어서 앉아있는 시간이 거의다다.
- 영업을 배울 수 있다:cs엔지니어가 되어도 연차가 쌓이면 영업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곳에서 영업의 기술을 어깨너머로나마 볼 수 있었다.
- ++아기를 볼 수 있다:아기를 주변에서 볼 수 없어 목마른 나에게는 천국같은 시간이다. 마치 내 업무인것처럼(사실 안해도됨)슬쩍 테이블에 가서 아기들 앞에서 껄떡거릴 수 있어 아주 행복했다. 아기들이 웃어주면 미쳐 버린다
단점
- 서비스직인만큼 다른 일자리보다 외모 상태가 중요한 것 같다(승무원 준비생들도 많이 하는 것 같다)
- 정장과 구두를 신고 일해야 돼서 목디스크가 심해지거나 종아리 부종이 생기기도 한다(이건 내가 전시장 돌아다니는거 좋아해서 굳이 만든 일이다)
약 1년 주말 및 공휴일을 이 곳에서 보내면서 참 많이 웃었다. 늦깍이 대학생으로 학교에 적응 못하고 활동도 안하는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는데 이 곳을 다닌 뒤에는 다시 예전처럼 밝아질 수 있었다. 지난주에 퇴사를 하고 백수로 맞는 첫 주말은 생각보다 많이 허전했다. 4학년이니만큼 논문도 보고 기말고사, 어학 등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분주해도 부족할 망정인데 나는 지난 주말 공허함 때문에 집안 청소밖에 못했다.그 곳을 다니면서 영업사원분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힐링이었나 보다. 처음 시작할 때 정드는건 상상도 못했다. 그저 영업 기술에 대하여 열심히 배우고 차에대하여 공부하려고 했는데 하긴 개뿔 맨날 가서 장난만 치고 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부족한 나를 잘한다고 예뻐해주신 회사 직원분들께 참으로 감사하다. 그분들 밑에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할지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할지 많이 고민 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나는 미완성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가르침은 나를 또다른 멋진 엔지니어가 되게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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